아낙의 日常(近況)

농부일기(extreme job)

꽃아낙 2015. 7. 1. 13:15

 

농부일기를 쓰면서도

걱정 반 우려 반으로 글을 올린다.

그 간 귀농이든 귀촌이든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환상의 꿈을 가지고  

퇴직후에 아님 나름의 꿈을 펼치고자 한다.

 

그러나 오늘 아낙의 extreme job 이란 명제를 덧붙인것은

참 의미가 깊다.

 

귀농.귀촌을 하시고자

아님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내방하신 분들이

다녀가신 이후론

현실적으로 농삿일이 힘들다는 것이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다만 조금만 노력하면 시골은 참 맛깔나고 재미나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기에 귀농인들을 위한 각오를 다지자는 의미에서

하루 일과를 조곤조곤 적어 보았다.

 

이날 하루는 무지 분주하였지만,

한가한 날도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꽃을 보기위함이니...잎은 양보하였다,

아주 매운 열무?

 

 

알람설정을 4시 50분 한번

5시에 한번 더...

농번기가 끝난지라 경운기, 트랙터들이

일찍 움직이지 않기에,

 

어떤날은 알람소리를 듣고도 몸은 석고,

맘만 진행형이다.

 

"언능 애기들 밥주고와서 부족분 채워 더 자야지?"라고

 

쓸데없는 다짐을 하곤

부시시 기지개를 켜본다.

 

아침까지 쿨쿨~단잠 자는 숙면 힌트

 

누구나 단잠 싫어 할 일 없을게다.

나역시 보통사람인데...

 

이제 일어나야지...

 

아니 5시뉴스 헤드라인만 보구...

 

20분? 30분이 지나면 어이쿠...

 

 

 

아불싸 날이 밝았다.

건너편 골재채취 전봇대엔 까치떼들이

논둑에 심어놓은 콩알들 파으려고

주인과 실갱이로 난무하다.

 

 애기들은 야행성이라

훤~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농사란 

쥔장의 사심이나 게을러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덜 깬 잠을 찬공기와 마주하며

손발이 움직이니

조금전 단잠의 환상은 어데로 갔는지?

발길마다 눈길마다 뵈는 건 잡초 뿐,

장갑도 낄 새 없이

그냥 보는 족족 족집개처럼 자동반사다.

 

 

그렇게 시작한 아침은 두어시간

 여기저기 손길,눈길 줄 데가 끝없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찾아서 한다.

지친다면서도 입은 웃고 즐겁다,

현실이 아닐까~

 노래도 불러보고,

 

뜬금없이 전화도 걸어본다.

 

"아들! 엄마 사랑해?"

"엄마도 널 많이 사랑해 "

 

날마다 안부를 묻고 또 궁금한게 부모맘이런가...

왠지 뿌듯하다.

지금 처럼만 지내다오.

 

 

나는 눅진하게 앉아서

수다 떠는걸 제일 싫어한다,

 

소모적 시간 죽이기?

 어느날부턴가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물론 그 또한 성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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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빵~하는 소리에 눈을 돌리니,이웃분들이

웬 박스하나?

잘 여문 자두와 까아만 봉지 속 산딸기가

알알이 빛난다.ㅎ

새콤 달콤,

참 정겨움이 묻어나는 인정이어라.

 

 

(쥬스 갈아오는동안 삐걱이는 다리도 조여준다.)

 

언능 와송쥬스

드르륵 갈아서 한잔씩 고마운 답례를...

아침은 이렇게 분주하다.

 

 

그렇게 아침 나절은 가고,

밥한술 먹으며 컴터를 켜고 이것 저것

잠깐씩 스켄만 한다.

아직 우선의 하루 일과가 있으니...

 

배수 물고도 봐야하고,

다시 수위조절하고,

오가는 손님과도 인사 나누고,

 

 

(더덕순이 제법이다)

 

나눔 할 것 두리번 거리며

빈 막스 하나 눈대중으로 가져와서

주섬주섬 허접하고 돈안되는 것들 보쌈하며

 

"보내고 욕먹을까?"

잠깐 고민해보고

 

"내 맘이니까"

라고 위안하며

 

택배회사며 우체국으로 달려간다.

 

 

 

우체국 직원이 묻는다.

 

"내용물이 뭐예요?"

 

"네?"

 

"택배박스內  내 용 물 요?"

 

그 순간 여러번 머뭇거려진다.

왜냐면?

되는대로 오만가지인지라...

 

"음~~이것 저것요"

 

그냥 안깨지고 안터지고.

파손때문에 그러는가 보다 ..라고 얼버무린다.

 

시골에서는 푸성귀를

택배비 줘가며 보낸다는게 의아해하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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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예초를 하는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동네분들이 주변을 예초를 하기에 

어장 주변은 스스로 하려고

일하시는 분을 샀다.

 

 

어장 둑엔 제초를 한두번 하고나서

2차 3차 올라오는것은 뽑는 나만의 방법이다,

적당한 노동도 필요하니까.

 

 

별난가뭄에 올해는 그나마 덜 우거진것 같다.

 

땀으로 범벅이 된 체

세시간을 연속 "자르르.자르르" 풀깍는 소리가 들린다.

선선한 조석으로 할 일을 뙤약볕이니

넘 송구했다.

 

잠시 쉬라시며 수박과 막걸리 한 잔과

여기저기 당부 놓고선,

 

 

 

읍내 대형마트가서 원두막 대발을 고르는데,

 

여직원 曰,

 "연예인같아요"

"이른시간에 오셨는데

어찌 이리 단장하고 오셨어요?"

라며 구매한 물건을 아랫층까지 들어주고

캐셔의 빈자리에 빠른 계산까지 마무리 해 주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나의 모습은 내가 가장 잘 아는데...말이다.

그래, 인사치레라도 기분은 참 좋다.

 

하루 이렇게 시작하는거야.

그분도 복받을겨.

세금없고 돈 안드는 칭찬을 해 줬으니..ㅎ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뭔가 또 찜찜..?

맞다....엔진오일?

오늘은 꼭 미루지말고...

  

선걸음에 기아오토큐로 가서 엔젠오일 교체하고

돌아서 오는데 길옆에

소담한 능소화가 활짝 웃으며 대롱인다.

 

내가 할 일이라곤

 담아주고, 보아주고,느끼고...

 

 

 

또다시 휴대폰에 일일이 메모 해둔걸 본다

 

안경 A/S도...

크리스탈 잔도 구입하며,

카운터앞에 비치된 메니큐어도 하나 집었다,

나와 어울리지 않은 녀석이지만...

 .

.

.

단골주유소 들러 고향분께 인사드리는데 

"동생 왜 그리 까아맣게 탔노?"

화장으로 감췄는데...

 

순간 핸들 잡은 손이 스르르 내려진다,

손은 더 거칠어 졌으니.ㅋ

 

 

 

오전엔 마트에서 헛칭찬으로 웃다가

친정동네 오라버니께는

 진솔한 민낯의 내모습을 보는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예초기 휘발유 한 통과 주유하고,

 

 

마지막으로 와송 갈아먹을

야쿠르트,아이스크림 한봉지가 녹을세라

꼬마자동차는 붕붕붕...

 

 

 

 

아직도 예초기소리는 요란하고

베어낸 자리에 쑥향과

특유의 풀잎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얼능 얼음물 한 잔 대령하고는

 

 

 

(어장 안밖이 면도를 한듯 넘 청결.개운!)

 

발바닥도 아프고 온몸이 지끈거린다.

 

수돗가 손바닥만한 거울에

조각난 내모습을 비춰본다.

 

어김없이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가엔 잔주름!

미간엔 川이 뚜렷하다.

 

 

내나이 오십이 넘었으니 그럴법도 하지만

괜실히 손가락 힘 줘

주름살 쭉~ 펴 본다.

 

나도 여자이고 싶은건가?

아니 여잔가 보다아....

 

 

 

 

 

 

하루의 마무리...

빨알간 방물토마토 몇 알,

오이 하나 따고,

상추,아마란스잎 몇장,

풋고추 몇 개 손아귀에 쥐고

일용할 양식에 핑긋이 웃어본다.

 

이것이

하루 일과의 생생한 모습이려니...

  

 

내일은 원두막 대발로 그늘 만들어

 새들도 지켜보고

시원한 물소리와 놀고 있을 잔즐거움에

힘듦은 내려본다.

 

 

 

 

꾸역꾸역 살아도 한평생!

터벅터벅 살아도 한평생!

하나씩 벗기고,

털고,

익히고

.

.

오늘이란 추억은

그리

고이고 고일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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